정말로 반갑습니다. 저희, 얼굴 본 지 좀 꽤 되었지요?
잠시 고해성사좀 하자면, 솔직히 저는 이 글을 이전부터 써보려고 생각은 해봤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퇴근 뒤 집에 와서 그대로 쓰러져 곯아떨어지거나, 여러가지 토이 프로젝트들을 짬나는 시간에 진행하느라 여기저기서 산만하게 지내고 있어 글을 쓸 여력이 없었지요.
그래서 그동안 제 근황 공유라던지, 프로젝트들의 상황 공유라던지 여러모로 글을 쓰지 못하고 잠수 타고 있던 것 같아 정말로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오늘은 일요일 (아. 근데 지금 글을 쓸 시점에는 더이상 아니게 되었네요. 유감.) 이고, 팀즈에서 중요한 업무 메시지가 오지 않는걸로 보이는군요... 그래서 잠시 마음 좀 놓고,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보겠습니다.
우선 제 게임들 근황과 좀 아쉬운 공지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제 원래 계획은 회사의 업무시간 외에 *어떻게든* 게임을 2024년도 극후반까지 만들어 출시 준비를 시작하는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그 때 즈음에는 저도 회사를 잠시 나와 휴식을 취한 뒤 대학교 생활을 복귀하게 될 시점이기 떄문이죠.
그때는 업무 시간 외 집에 와서 남는 자투리 시간, 그리고 주말의 널널한 일명 '자기계발 시간'을 사용해서 개발하면 그 무엇도 해쳐나갈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지요.
당시 업무시간이라는 (개인 프로젝트) 작업시간 사이 긴 공백이 있었기에, 이에 맞춰서 제 시간을 꾹꾹 눌러담아 작업을 진행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기반이 짜여지면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토이 프로젝트겸 여러 유틸 등 선작업을 치기로 했습니다.
직접 작업을 할 수 없는 출퇴근시간에는 끊임없이 게임의 광기를 유지하면서도 깔끔하고 여운이 남는 엔딩에 대해 생각하는 등,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둔 스토리들 대부분이 게임의 분위기에 반해 뭔가 암울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었답니다... 이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뭔가 기획 느낌이 나는 작업들을 조금씩 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퇴근 후 집에 오면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자잘한 유틸이나 함수들을 작성하곤 했었는데, 특히나 이 게임의 경우 Madvent Calendar에 출품하기 위해 원래 1달간 빡세게 개발되었던 프로토타입을 마개조당한 친구입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부채'가 이곳저곳 사악한 기운을 내뿜으며 박혀있었지요. 이는 곧 새로운 컨텐츠를 추가할 때마다 '옳거니.' 하고 발목을 잡았고, 따라서 조금씩이나라 게임을 리팩터링/리메이크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보면, 이 3년 굶은 각설이 고봉밥마냥 눌러담은 스케쥴(?)은 생각보다 길게 지속되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를 지속하니, 이에 대한 죗값을 치르듯이 피로와 건강 문제는 조금씩 쌓여가게 되었고, 결국에는 제 몸에 무리가 너무 갔던지 무의식적으로 이 스케쥴을 놓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된 지도 어연 꽤 되었군요.
또한, 프로그래밍을 회사와 집에서 돌아가면서 하려니 이 또한 무리가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려고 컴퓨터를 키면 어제 정확히 무엇을 하다가 (빡종하고) 컴퓨터를 끄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일이 대다수였고, 시간을 지체하다 그제서야 감을 잡고 다시 작업을 하게 되었지요. 안타깝게도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노력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죠..? 아마..?)
현재로 돌아와서, 저는 (이전보다는 아니지만) 아직도 시간이 날 때 마다 조금씩 자잘한 유틸이나 기능들을 엮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마지막으로 근황을 공유하고 난 뒤로는 컨텐츠만 놓고 보면 진전이 된 게 없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제 초기 목표는 정말로 비현실적이였습니다. 제 업무를 보고나면 얻는 피로나 다른 생활 속 해프닝들을 고려해서 짰어야만 했는데, 당시 제 머릿속은 꽃과 젖 과 꿀, 그리고 이 세가지와 함께 긍정에 절여진 대학생으로 빼곡히 메워져 있었나 봅니다. 이후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드리고자 하는데, 우선 이러한 이유로 저는 제가 초기에 잡은 목표인 '2024 출시 준비' 에 비해 제 작업속도와 분량이 터무니 없이 적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제가 회사를 잠시 퇴직하고 정비하는 시간이 될 2024년 말/2025년 초반기까진 (비교적) 대규모 프로젝트는 잠시 내려두고 현재 제게 주어진 직업과 작업에 먼저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바보상자'는 해당 기간동안에는 잠시 쉬며 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불행/다행이게도 저는 이 게임을 잊지 않은채 마음에 안고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프로젝트 파일을 마지막으로 불러온지는 꽤 되었네요.
이 글을 보시는 일부 여러분들은 제가 이 게임을 오프라인 개발자 모임이나 비슷한 공간에서 대학생 시절에 만들었던 빌드로 몇 번 시연을 했던 적이 기억이 날겁니다. 그래서 생각난 겸, 앗싸리 이 게임의 근황에 대해서 적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이 친구도 조금이나마 현 상태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습니다.
이 게임의 첫 데모가 출시된 때 (아마 2020년 즈음이었을거에요? 당시 대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하며 와다다다 마감했었지요), 이 게임이 개발되었던 엔진인 게임메이커 스튜디오 1의 라이선스 키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옛날 메일을 찾아봐도 라이선스 키를 복구할 수 있는 디지털 영수증이나 기록이 남지 않아 복구는 어려웠던 상황이였지요.
다행히도 현재 제가 사용중인 게임메이커 스튜디오 2에서는 게임메이커 1 프로젝트를 자동으로 포팅해주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생각보다 손쉽게 새로운 엔진으로 불러오기가 되었고, 그리고 게임을 부팅할 수 있을 정도로 쓸만한 임시방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면서 대부분은 "아무리 잠시동안이라 해도 너무 갑작스레 프로젝트들이 중단되는게 아닌가요..?" 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잠시 해명을 하자면, 현재 제 상태로는 최소 몇 개월부터 년 단위의 비교적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지정된 마감일에 끝내기엔 무리가 있다 판단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를 깨닫는데에는 꽤 오래 걸리게 되었지요.
좀 진부한 내용이긴 하지만, 저는 매년 미역국을 처먹으면서 인간으로서의 저에 대해서 조금씩이나마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중 알게된 것 중 하나는 제 작업 페이스에 대한 것이지요. 처음 작업을 시작하면 잠시동안 허덕이다가 곧 삘을 받고 페이스가 올라가는 그런 방식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출퇴근 생활을 하며 업무 종료 뒤 작업을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제 현재 생활과는 잘 맞물리지 않는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 건강도 마냥 무시하고 체력이 무제한인것 마냥 풀파워로 작업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갑작스레 바뀐 (반강제) 미라클모닝과 알이 꽉 찬 생활패턴은 제 육체-정신 건강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쳐오는게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컴퓨터를 키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시간을 때우거나, 밥도 먹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거나 그대로 곯아떨어지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지요. 그러면 그 다음날은 저녁을 굶어 더 피곤하게 되었고... 좀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를 종합해 제 생산적인 능력과 제 상태를 놓고 보면, 이대로는 제가 생각해두었던 목표 일정을 맞추기는 커녕 완성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이 또렷하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까지도 제겐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머리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나아가 결과적으로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사실 또한 제가 잘 알고 있지요.
저의 최근 게시물들을 보신 분들은 이미 눈치를 채셨겠습니다만, 제 현재 계획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메인/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잠시 접어두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 현재 작업들도 최대한 줄여서 제 시간 관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해볼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회사로부터 휴식을 취하며 정비를 가질 2024년 말~2025년 초반 즈음에 제 능력을 다시 가늠해보고, 그 때 제가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다시 세워보는게 저의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사실은 입사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이런 방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묵묵부답으로 있는 것 보단 이렇게 공식적으로 선언이라도 해 두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프로젝트 '바보상자'나 '크리스머스마' 는 제가 회사에 다닐 동안 개발을 잠시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은 제가 퇴근 후 남는 시간에 짤막하게 진행하며 감당할 수 있는 소규모 토이 프로젝트나 그림/그래픽 작업등을 통해서라도 조금씩 실력을 키워나가거나 '게임개발 재활운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갑작스레 찾아와서 프로젝트의 진전은 커녕 썩 좋지 못한 소식만 남기고 있고, 마치 제 프로젝트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을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져 면목이 없군요.
지금도 저는 프로젝트들을 운영하면서 자꾸만 프로젝트들의 진행도가 뚝뚝 끊기는 이놈의 징크스를 어떻게 하면 해결 할 수 있을지 고민중입니다. 계속 다른 방식들을 시도해보고 제게 맞는 작업방식을 찾으면 언젠가는 그 답을 얻게 될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제 많은 프로젝트들이 계속 이 비운의 결말을 여러 번 마주한다는 점을 보면 정말로 좋지많은 못한 기분이 드네요.
정확한건 까봐야 알겠지만, 현재 제 회사생활이 끝나고 정비를 하게 될 시점에는 잠시나마 제 개인 프로젝트에 다시 더 많은 집중을 하고, 나아가 이 악순환을 깰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비록 자주 소식을 들려주지 못해도, 계속 제 프로젝트에 관심을 주셔서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다음 소식과 함께 찾아올게요.
그동안 강녕하셔야만 해요.
- ZIK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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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Zik! Better take care of your health. It will be sad to know that a project goes into release and the developer is not celebrating it, but treating its consequences.
I will wait for Crikeymas as long as it takes! Good luck with everything!
P.S. I hope I understood everything correctly with browser translation
Thank you! I will try my best to pace myself and hopefully deliver better game in the end.
건강 잘 챙기시고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실때 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동안 좋은 콘텐츠 많이 보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항상 응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긴 시간이 되진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씁쓸하긴 하네요. 다시 공식적으로 재개 할 때 까지 몸 관리에 최선을 다해서 좀 더 괜찮아진 상태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무리이겠지만 시간이 나면 앞서 말한 주 프로젝트는 아니어도 조금씩이라도 작은 프로젝트나 작업물이라도 시도해보려고요.
Your work inspires me to no end. I am not disappointed at you taking time for your health, as that is what is most important. Thank you for sharing where you are at in your creative and personal life. I'd rather you thrive than survive.
I really appreciate your kind words. I will try my best to patch up and maybe even catch up a little bit in the meantime, making small knickknacks.
In retrospect, I firmly believe that the world outside had gifted me a lot of goods while I've been staying here so far. Including (yet not exclusively) supports and genuiene interests from people and overall feelings of accomplishment that made my day, and it inspired me to move forward in life.
For that with my limited vocabulary, I can't fully express my gratitude for being able to have such an amazing experience. And I've been wishing to make up at least some of those I've been gifted back to the world at some point, one way or another.